[이슈] 꿈의 소재 ‘액체금속’의 미래는?

▲ 영화 Terminator Genisys T-1000 [출처: Paramount Pictures]

액체금속은 미래기술 중 하나다. 우리는 액체금속하면 영화 '터미네이터2'와 '터미네이터 제니시스'에 등장하는 살인 로봇 T-1000을 떠올린다. 앞으로 액체금속은 부드러운 웨어러블 로봇으로 실현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몇 년 동안 액체 금속에 대한 연구는 르네상스라고 불릴 만큼 큰 변화를 겪었다. 2013년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학 화학 및 생물분자공학 교수인 마이클 디키(Michael Dickey) 연구팀은 고온이 아닌 상온에서 액체 금속을 생성해 3D 프린터로 출력하는 데 성공했다. 

가장 일반적으로 액체금속은 수은이다. 하지만, 디키 교수 연구팀은 수은과 달리 거의 무해한 금속인 갈륨에 주목했다. 

갈륨과 인듐 액체 합금은 실온에서도 모양 유지가 가능해 피부와 같은 부드러운 물체를 형성하는 것을 발견했다. 갈륨 75%가 함유된 액체금속이 공기에 닿으면 갈륨이 산화하면서 액체에 얇은 막을  형성한다. 이 막이 액체를 감싸기 때문에 모양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 

또한 갈륨은 약 30도 정도 낮은 융점을 가지고 있다. 주석이나 인듐을 섞으면 융점이 더 낮은 합금으로 변한다.

특히 갈륨 중심의 액체금속은 유연할 뿐만 아니라 전기전도체 성질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부드러운 기계 소재로 사용할 수 있다. 

2019년 베이징대학 공학원의 량후(LiangHu) 연구팀은 자기를 이용한 제어를 통해 입체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자성 액체금속방울(MLMD)을 개발했다. 수평뿐만 아니라 수직 방향으로도 이동 가능한 액체 금속을 만들어내 마치 T-1000을 연상시켰다.

이러한 액체금속 제어에서 중요한 것은 공기에 닿으면 금속 표면이 산화해 산화물로 덮이는 ‘산화피막(Oxide Film)’ 성질이다. 

액체 금속뿐만 아니라 대부분 금속은 공기 중 산소에 노출되면 산화피막이 형성된다. 하지만 액체금속 경우 표면에 나노미터 단위 두께의 막이 생기고, 내부는 액체금속을 유지해 인간 피부와 같은 역할을 한다. 그 덕분에 액체금속은 물처럼 흘러내리지 않아 구부리거나 펼칠 수 있어 3D 프린터로 원하는 형태를 만들 수 있다.

또한 디키 교수 연구팀은 강한 알칼리성 액체 안에 갈륨과 인듐 합금을 넣고 전압을 가하면 표면 장력으로 동그란 모양의 액체 금속이 눈의 결정과 같은 모양이 되는 것도 발견했다. 이러한 특성을 이용해 필름의 표면 장력을 제어할 수 있다면 어떤 모양도 만들 수 있는 전자장치나 광학장치를 개발할 수 있다.

▲ 디키 교수팀이 개발한 유체 안테나. [출처: North Carolina State University]

실제로 디키 교수는 2009년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학 동료들과 함께 물질 상태가 한번 바뀐 다음에 다시 본디 상태로 돌아갈 수 있는 가역적으로 변형 가능하고 기계적으로 조정 가능한 유체 안테나 개발에 성공했다. 갈륨 합금을 유연한 플라스틱으로 감싼 이 안테나는 원래 길이의 10배까지 펼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끊어져도 쉽게 이을 수 있는 특성이 있다.

연구팀은 더 나아가 갈륨과 인듐 합금으로 만든 나노입자를 고무에 꽂아 가소성 전자회로를 만드는 데도 성공했다. 즉 펜으로 필기하듯 어떤 전자회로도 그릴 수 있다. 

또 아이오와주립대 마틴 투오(Martin Thuo) 교수 연구팀은 젤라틴 덩어리와 장미 꽃잎 위에 전자회로를 인쇄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사용해 뇌에 삽입할 수 있는 부드러운 전자회로를 연구하고 있다. 이미 파킨슨병과 우울증 등에 금속 전극을 뇌에 이식해 치료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부드럽고 형태를 자유자재로 만들기 쉬운 액체금속을 사용하면 더 안전하고 간단하게 치료할 수 있다.

▲ 아이오와주립대 마틴 투오(Martin Thuo) 교수 연구팀은 젤라틴 덩어리와 장미 꽃잎 위에 전자회로를 인쇄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출처: Iowa State University]

부드러운 전자회로를 만들 수 있는 액체금속은 앞으로 부드러운 로봇의 센서 또는 액추에이터로 진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무 또는 수지와 같은 부드러운 재료는 일반적으로 전기나 열을 거의 통과하지 못하지만 액체금속은 매우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카네기멜론대학 기계공학 카멜 마지디(Carmel Majidi) 교수 연구팀은 부드러운 탄성체에 액체금속을 주입해 전기를 가하면 휘어지는 소재를 개발했다. 이는 인공근육이 실현된다는 의미다.

한편, 로봇이 아닌 다른 분야에서도 활용하는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예를 들어 중금속이나 기름 등으로 오염된 물을 걸러낼 수 있는 필터나 적은 에너지로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분해하는 촉매 등이다.

유사한 기능을 가진 고체금속 촉매는 이미 개발됐다. 하지만 액체금속은 미세한 방울을 형성해 표면 이외 반응도 촉진할 수 있기 때문에 고체 금속을 사용한 기존 촉매보다 현저히 높은 효율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액체금속으로 실현할 수 있는 미래기술에 대해 디키 교수는 “기술외 문제가 있다. 그것은 액체금속이 단순히 매력적이다가 아니라 잠재적으로 유용하다는 것이 널리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며, “대부분의 과제는 의식의 문제다”라고 말했다. 

이미 액체금속에 대한 기술은 많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다만 널리 받아들여져야만 다양한 혁신을 얻을 수 있다는 얘기다.

김들풀 기자 it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