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코로나 19와 기업 기저질환…“허츠(Hertz) 파산”

▲ 윤정구 이화여대 교수
미국 랜터카 업계 2위이자 업력 100년이 넘은 기업 허츠(Hertz)가 파산절차에 돌입했다. 밖에서 볼 때 허츠 파산은 우버 등 차량 공유 플랫폼 기업 증가로 어려움을 겪다가 결국 코로라 19 대유행으로 이동의 자유가 사라지자 렌터카 수요가 급감해서 파산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하지만 다른 렌터카 업체들은 아직 건재하다. 100년 기업이자 순위 2위 기업이 파산한 것은 의외이다. 필자는 최근 코로나 19 대유행과 관련해 기업 기저질환이라는 주제로 분석 글을 많이 쓰고 있는데 이번에는 허츠 상황을 분석해봤다.

코로나 19 대유행은 기저질환에 걸려있는 취약한 사람들에게 치명상을 입히는 것처럼 기업 중에서도 오랫동안 지속가능성을 키우는 것과는 거리가 먼 방식으로 경영해온 기업 기저질환에 걸려 있는 회사들을 먼저 파산시킨다. 기업 대표적 기저질환은 사람으로 비유하자면 당뇨병과 고혈압, 비만을 들 수 있다.

먼저 오랫동안 주주가치와 금융공학이 합작해서 회사를 경영해온 기업들이 처한 기저질환은 당뇨병이다. 기업 사명이나 목적보다는 주주 과실을 명분으로 긍융공학을 이용해 기업 장부상 가치를 키우는 일에 집중한 회사들이 당뇨병에 걸린 회사들이다. 이런 회사는 모든 경영을 혈당에 해당하는 재무 인센티브 관점에서 시작하고 끝을 맺는다. 

오랫동안 초단기 성과에 집중해 경영을 해왔다면 이 경우는 고혈압을 의심해보아야 할 회사다.  단거리 전력질주를 위해 힘을 내려면 채소보다는 고기나 지방 위주로 식단을 유지했을 개연성이 높다. 이것이 오랫동안 지속되어왔다면 혈관 상당 부분은 막혀 있을 가능성이 높다. 

비만이 있는 회사는 고객에게 가치를 전달해주는 일과는 상관없는 가짜 일들이 많은 회사다. 회사 안에 조직정치가 판을 치고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객과 상관없이 일을 만들어 성과를 과대 포장한다. 

약점을 들키지 않기 위해 포장하기 때문에 실제 학습도 일어나지 않고 실수는 감춰진다. 감춰진 실수가 폭파되면 이 불을 끄기 위해 모든 회사가 바쁘게 돌아간다. 일이 없어도 일을 열심히 하고 있다는 모양으로 생존을 유지한다. 따라서 종업원들은 고객에게 전달되지 않는 부가가치가 없는 일들을 만들어 결국 비용만 늘린다.  

▲ [출처: flickr, www.dhub.com]

허츠 파산 내용을 분석해보면 위 3가지 중 당뇨병에 해당한다. 

사모펀드 금융공학이 회사 파산 도화선으로 보인다. 2005년 사모펀드에 매각된 후 허츠는 금융공학계 아인쉬타인이라고 불렸다. 2005년 허츠를 포드로부터 인수한 사모펀드 '클레이튼 더블리에 앤 라이스(Clayton Dubilier & Rice)'는 장부상 148억 달러에 매입했다. 하지만 실제로 동원한 자본은 23억 달러다.  

금융공학을 동원해 다시 지분을 셋으로 분할해 69억 달러를 조달했다. 인수 6개월 만에 자신에게 10억 달러의 배당금을 지급해 본전을 뽑았다. 이 배당의 결과로 부채비율이 95%로 치솟았다. 또한 사업은 렌터카지만 금융공학을 동원할 수 있는 리스사업에 역량을 집중했다.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고 이를 담보로 돈을 빌리고 빌린 돈으로 차를 구매하고 이것으로 리스 사업을 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금융공학을 이용해 회사 시장가치와 외형을 키운 후 2013년에 사모펀드는 빼먹을 것 모두 빼먹자 지분을 정리하고 나갔다. 

이후 허쯔 부실회계가 수면에 떠오르기 시작했고 다른 사모펀드 아이칸(Icahn) 기업사냥 먹잇감으로 전락했다. 

얼마 전에는 파산 직전에 임직원에게 천문학적 배당금과 퇴직금을 지불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결국 파산하는 마당에도 혈당주사를 맞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과 같은 위기에 직면하면 기저질환이 있는 기업은 돌연사(Sudden Death)를 경험한다. 당뇨, 고혈압, 비만 원인은 한 가지다. 기업이 정해진 사업 목적을 홈페이지에 가두어 놓고 지속가능성과는 먼 방식으로 사업을 운영해왔다는 점이다. 

우량 기업이 이러한 위기에도 무너지지 않는 이유는 목적과 사명을 중심으로 날렵하고 민첩하고 건강하게 회사를 운영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 회사는 이런 기저질환에서 안전한 회사일까. 우리 회사가 기저질환이 있다면 어떤 기저질환일까. 당뇨인가, 고혈압인가, 비만인가. 아니면 이것들이 합병증으로 번지고 있는 상황인가. 

코로나 사태가 해결된다 해도 기업 경영방식은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기저질환 문제를 제대로 진단하고 목적과 사명을 중심으로 민첩하고 건강하게 기업을 운영할 수 있는 경영 패러다임 전환이 시급하다.

[윤정구 이화여대 교수]